-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냉정과 열정사이 Blu문화생활/책 2019. 3. 3. 11:43
설 선물로 받은 책들이 있어, 한참을 도서관에 가지 않다가
아주 오랜만에 상호대차 신청을 해서 빌린 책
사실 대출증을 잃어버려서 헛걸음도 한 번하고 어렵게 빌린 책이다.
Rosso와 Blu
어떤 책을 먼저 읽을까 하다가 선택한 Rosso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Rosoo부터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신기하게도 책도 손에 잡히지 않고 힘들 때 빌려졌고,
읽을 기회가 닿았을 때도 참 마음이 힘들때라
생각보다 Rosso를 다 읽는데 오랜시간이 걸렸다.
무서운 꿈을 꾸었다.
로 시작된다.
냉정과 열정사이 Rosso는 한마디로 회색이다
우울, 흐림, 비, 감정, 잔잔
나의 기본 감정도 다소 흐린편인데
하필이면 무척 흐릴 때 읽어서
더 오래 걸렸지만 더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놓을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읽은 느낌
출장에 이동시간 등에 읽으려고 들고 갔더랬다.
한참을 잠을 제대로 못자서 낮에 차안에서 자면 밤에 더 못잘 것 같아
원래 차안에서는 멀미때문에 책을 잘 읽지 않는편인데 이동하는 차안에서 책을 읽었다.
어떤 존재로 인해서 하루 온 종일, 몇 달을 몇 년을 회색속에 사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왜인지 알수가 없다.
왜? 라는 의문을 가지고 계속 읽어간다.
드문드문 나오는 힌트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한참 왜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때라
그 왜?라는 의문이 더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고,
더 허무하게 만들기도 했다.
출장의 첫 날은 2시에야 방에 들어와서 잠시 쉬었고
둘째 날은 씻고 잘 준비를 했을 때 2시가 다 되어갔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책을 읽었고
다음 날 새벽, 또 일찍 눈이 떠져서 책을 읽었다.
꼭 빨리 다 읽으라는 듯이.
아침엔 드디어 Rosso의 마지막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마지막 장을 읽었다.
나는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돌아갈 장소. 줄곧 그런 장소를 찾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한 번도 없었다.
-
이제야 겨우 돌아와 주었군.
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쥰세이가 말했을 때, 쥰세이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겨우 돌아왔다고. 쥰세이의 몸은 따뜻하고, 강인하고, 내 몸을 껴안기에 꼭 알맞는 사이즈였다.
페데리카의 방은 기묘하다. 방 전체가 페데리카 같다.
-
담배를 낀 손가락에, 오늘도 남편한테 선물받은 묘안석 반지를 끼고 있다.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저녁이다. 엷게 구름진 회색의.
쥰세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마치 버려진 듯한 기분이 드는 이 모순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쥰세이는 나를 붙잡지 않았고, 나 또한 그래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쥰세이에게 버림받기는 두 번째다.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힘없이 웃는다.
-
다니엘라가 있는 밀라노, 파올라와 지나가 있는 밀라노. 내일부터 나는 나의 생활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일을 하고, 끝까지 친절하였던 마빈을 보내고, 처음부터.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 인생이 있다.
나는 매점에서 콜라를 사서, 선 채로 그것을 마셨다.
돌아갈 곳, 있을 곳에 대한 내용들.
다 읽고나서는 화가났다.
슬픈 것 같기도 했고.
아오이가 너무 바보 같았다.
쥰세이의 편지는 파괴였으므로. 미미한, 그러나 결정적인.
Rosso관점에서의 쥰세이는 잔인하다.
한발 물러섬으로써, 회색 세상마저 파괴하고 무너뜨린다.
그럼에도 쥰세이를 찾는 아오이가 바보같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게 흘러간다.
시간도 뒤죽박죽 섞여서 감정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 모호함이 더디지만 계속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Blu는 시작부터 다르다
이 거리에는 늘 햇살이 비치고 있다.
읽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펼친건 몇일 전이지만 제대로 읽기 시작한건 어제 밤, 그리고 오늘 오전 다 읽었다.
나는 화가가 살았던 먼 과거를 현대로 끌어와서, 다시 미래로 보내는 시간의 우체부인 셈이다.
"-화가의 역할이란 그런 게 아닐까. 미래에 다리를 놓아 주는 행위라고 할까."
"미래로 이어지는 다리. 정말 눈부신 말이네."
"네게 그림을 권하는 것은, 네가 미래를 똑바로 쳐다보기를 바라서란다."
과거, 현재, 미래
Blu에서 쥰세이는 참 비겁한 사람이다.
도망치고, 한 번 용기를 내지도 않는다.
둘 다 새로운 곁의 사람에겐 잔인하지만
서로에게 있어서
아오이는 끊임없이 힘들어했지만, 그 감정을 피하지는 않고 다가갔는데,
쥰세이는 외면하고 도망치고 기다리기만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다.
마지막 챕터
그 한 번의 용기를 낸다.
나는 가슴속에서 작은 열정 하나가 반격에 나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
-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일순간이며, 그것은 열정이 부딪혀 일으키는 스파크 그 자체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퍼지게 해야 한다.
-
두려움과 불안과 망설임 때문에 모든 것을 향해 등을 돌려 버리면, 새로운 기회는 싹이 잘려 다시는 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지 못할 것이다. 후회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오이"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 본다. 무엇보다 소중한 현재. 산타 마리아 노베라 역을 향하여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노력도 해 보지 않고, 그녀를 그녀의 현재로 돌려 보내서는 안 된다. 8년을 다시 얼어붙게 해서는 안 된다.
역이 가까워지면서 어느새 나는 달리고 있었다. 과거로 돌릴 수는 없다고 외치면서.
-
"밀라노 행 국제특급"
-
"새로운 백년"
읽는 내내 답답했지만
아오이는 일어섰고, 쥰세이는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이 후 내용은 알 수 없다.
결국 쥰세이와 아오이는 만났는지
그 용기 한 번으로 많을 것이 바뀌었을지.
아오이와 쥰세이는 두 명이지만, 사람들은 이 두가지 감정의 흐름 모두를 가지고 살 것 같다.
우울, 회피
이 책의 결말처럼
일어섬과 용기를 다시 한 번 다진다.
언제까지고 우울해 있지 않을 것이고,
누가 뭐라고 욕해도 용기를 내볼 것이다.
뭔가 하지 않으면 변하는 건 없다.
오늘은 오랜만에 외출을 해야겠다.
728x90'문화생활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사가 싫어서 - 너구리 (0) 2019.09.14 불안 - 알랭 드 보통 (0) 2019.06.15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0) 2019.03.16 2019년에 읽은 책 (0) 2019.02.12 2018년에 읽은 책 (0) 2018.05.16